
* 나는 지금 코로나로 자가격리 중이다.
그리고 이 책은 자가격리를 생각하지도 못하던 지난해 겨울에 읽었다.
남의 일이지만 굉장히 두려운 일이라 생각했고, 누구도 저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책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을 때, 제목만 보고 흥미로울 거라며 기대했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며 나는 그 누구보다도 현실적으로 변했다.
현재의 나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코로나에 확진돼,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한다.
어디에서 걸렸는지 알 수 없는 피해자이며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기에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기에) 사과를 하는 것이다.
피해자도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어떤 중립의 이들 역시 암묵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생을 탐하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
* 김탁환 작가
좋아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작가의 책은 여러 권 읽었으며 대부분은 굉장히 사실적이고 잘 쓰여졌으며 구성도 좋다.
더불어 많은 자료 조사가 이뤄진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 역시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작가이며 그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기억과 자료를 가로지르며 작품들을 발표해 온 소설가 김탁환. 방대한 자료 조사, 치밀하고 정확한 고증, 거기에 독창적이고 탁월한 상상력을 더하며 우리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소설가 김탁환은 발자크처럼 방대한 소설 세계를 꿈꾸는 ‘소설 노동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일종의 강박처럼 매일매일 50매 분량의 소설 원고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메워왔다. 그렇게 지난 10년 간 40여 권의 소설을 써왔다. 대략 지금까지 4만 매가 넘는 원고를 써온 셈이다. 소설 쓰기에 대한 성실함 때문에 소설가 김탁환을 세상사에 어두운 백면서생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그는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끊임없이 변신하는 소설가다. 그래서 황진이, 이순신, 혜초 등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풍부한 고전 지식과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팩션을 쓰는 한편, 과학자 정재승과 함께 장편 『눈먼 시계공』을 신문에 연재하며 사이언스 픽션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영화/드라마 등의 미디어들과의 협업 작업에 뛰어들어 ‘스토리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서울 곳곳에 위치한 집필실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1968년 진해에서 태어났으며, 창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87년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였고, 1989년에는 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에 『길안에서의 겹쳐보기-장정일론』으로 당선되었다. 학부 시절 '문학예술 연구회(약칭 문예연)'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였고, 1991년 대학원에 진학하여 고전소설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시와 소설을 습작하였으며, 1992년부터 1993년까지 노동 문학회 '건설'에서 활동하였다. 1994년 『상상』 여름호에 [동아시아 소설의 힘]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 1995년부터 3년간 진해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에서 국어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건양대학교 문학 영상정보학부 전임강사,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의 조교수로 재직했다.
저서로『허균, 최후의 19일』, 『압록강』, 『독도 평전』,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방각본 살인 사건』,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등을 펴냈으며 『불멸의 이순신』과 『나, 황진이』는 KBS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하였다. 산문집 『뒤적뒤적 끼적끼적』, 『김탁환의 쉐이크』이 밖에 소설집 『진해 벚꽃』, 문학 비평집 『소설 중독』, 『진정성 너머의 세계』, 『한국 소설 창작 방법 연구』, 『천년 습작』,『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 2』 등이 있다. 현재 한국 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 <Yes 24>에 올라온 작가 소개
* 살아야겠다
한 때 전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이 범접할 수 없고 이길 수 없는 몇몇 질병들,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까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얼마나 섬뜩하고 낯설며 두려워지는지 알 수 없다.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무섭고, 고립이 얼마나 사람을 철저한 외로움으로 밀어 넣는지.
소설이 아니라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읽은 기분이다.
그리고 아프지만 현실이다.
영문도 모른 채 메르스에 걸린 후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처절하게 투병하며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은 완치라는 말이 무색한 후유증과 사회적 멸시에 내던져졌다. 폐가 망가져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지고, 바이러스에 희생당한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로 취급받으며 비난받은 이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 <교보문고>에 올라온 작품 소개
프롤로그
제1부 감염
제2부 투병
제3부 - - +
제4부 감금
제5부 책임
에필로그
* 문장들
제 생각엔 메르스 환자는 어떤 경우에도 가해자가 아니란 겁니다. 메르스에 감염되었느냐 감염시켰느냐만 놓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르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구분입니다.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되고 또 감염시킬 수밖에 없었던 병원의 관습과 운영 체계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전염을 몇 명이나 시켰든, 메르스 환자는 모두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메르스 환자를 전부 피해자로 둬야, 그들에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를 거론할 수 있고, 법과 제도의 잘잘못을 가릴 수 있습니다. ‘가해자’란 단어엔 책임이 따릅니다. 메르스 환자가 잘못해서, 불결하거나 부정직해서, 전염이 확대된 게 절대로 아닙니다. ‘슈퍼 전파자’란 단어만큼이나 ‘가해자’란 단어도 피해자인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잘못된 시선입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메르스 환자는 없습니다.
정보 부족과 관리 미숙에 따른 허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은 상황이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와 병원과 보건소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많은 이들이 자가격리와 관련하여 낯설고 불편한 국면에 맞닥뜨렸다. 보건 당국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도 지침을 받은 적도 없었고, 어디에 문의해도 마땅한 답을 얻지 못했다. 국민들은 보건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만 했다. 격리를 결심하고 유지하고 또 마침내 해제를 택하면서도, 계속 자기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해제하는 것이 옳을까? 공허한 메아리처럼 질문만 되돌아왔다. 시원한 대답은 어디에도 없는 갑갑한 나날이었다.
* 코로나가 마지막은 아닐 테니까. 완치 판정 이후의 삶을 붙잡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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